이준석 의원 주관, 장애인부모 등 시설 필요 주장 국회 기자회견
부모들이 의혹 제기한 시설 비리 문제 역시 시설 폐쇄 사유 해당
부모 우려 불식하고 장애인 자립 지원 위해 제주도 대처 필요

장애인 학대가 발생한 제주 ‘사랑의집’의 폐쇄 유예기간이 8개월 남은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아래 제주도)의 제대로 된 자립 지원 대책 마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주에 위치한 장애인거주시설 사랑의집은 37명의 장애인이 수용되어 있던 곳으로, 지난 2022년 12월 학대 참사가 공론화되며 2023년 7월 제주도로부터 시설 폐쇄 행정처분이 확정됐다.

제주 사랑의집 학대 참사는 시설 생활교사가 입소자를 폭력적으로 응대하거나 코로나19 당시 외부에서 잠금장치로 출입문을 폐쇄하는 등 인권침해 사실이 4차례 확인된 사건이다.

당시 제주 장애인 단체들이 구성한 ‘장애인 학대 피해지원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사랑의 집은 사회복무요원이 시설 내 상습적 폭행과 학대 정황을 제기했음에도 묵인해오고 있었다.

제주도는 시설 폐쇄 확정 이후 사랑의집에 외부 시설장을 임명하고 입소자 전원 조치 등을 위해 2026년 7월까지 임시 운영 후 폐쇄하도록 했다. 이제 사랑의집 폐쇄까지는 불과 8개월 남짓 남은 상황이다.

이준석 의원, 시설 비리 의혹으로 폐쇄 조치 물타기?

이런 상황에서 24일 국회에서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주최로 사랑의집 비리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시설 유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천주교 사회복지위원회 등은 사랑의집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오영훈 제주도지사에 대해서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제주지부장이자 사랑의집 입소자 부모인 ㄱ씨는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이 무려 14년간 보조금과 금품을 갈취 당했다”며 사랑의집의 경제적 학대 의혹을 제기했다.

소송의 법률대리인인 이경환 변호사는 “성심원(사랑의집 운영법인) 설립자 가문과 오영훈 도지사 가문간의 정치적 유착 관계가 있다”며 법인 운영진과 도지사 연루설을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0월에도 제주도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지난 10월 설명자료를 내고 “횡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떠한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감사 청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친인척 연루 주장에 대해서도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친척이 법인 감사로 재직한 것은 2010년 이전의 일로 특수관계자에 해당하지 않아 법적 결격 사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시설 운영의 문제를 시설 폐쇄와 연관시키는 데 있다. 이들은 본인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도가 시설 폐쇄를 통해 은폐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ㄱ씨는 “시설 폐쇄는 수급자들의 보조금과 금품을 갈취한 원죄를 덮기 위한 수단”이라며 “시설을 폐쇄해 과거의 범죄 기록을 봉인하려는 시도를 당장 멈추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들이 의혹을 제기하기 전인 2023년, 이미 시설 폐쇄를 결정한 상태이다.

특히 사랑의집은 2023년 4월 제주도에 자진해서 시설 폐쇄를 요청했으나, 도는 시설 이용자 전원과 보호 조치를 위해 이를 수용하지 않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사랑의집이 수용자 보호를 위해 충분히 인력을 채용하지 않는 등 경영 의지를 보이지 않고 학대 사실이 수사로 명확해지자 제주도는 같은 해 7월 시설 폐쇄 조치를 취한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제기된 이 경제적 학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이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명확한 시설 폐쇄 사유가 된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 4항에 따르면 사기 또는 배임은 명백한 장애인 학대에 해당하며, 62조에 따르면 시설 폐쇄 요건에 해당한다.

제주특별자치도 장애인복지과는 예정대로 ‘전원조치 로드맵’에 따라 시설 폐쇄 유예기간 종료 후 시설을 폐쇄할 계획이다.

부모 걱정 불식 위해 도의 적극적 노력 필요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시설 거주인 부모들의 시설 폐쇄 이후 돌봄 대책에 대한 우려도 터져나왔다. 시설 입소자 부모인 ㄴ씨는 제주도가 시설 폐쇄 대안으로 “육지(제주도 이외 지역)로 전원하라고 한다”며 “(폐쇄는) 시설에 남은 아이들에게 2차 가해”라고 성토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랑의집 37명의 입소자 중 17명은 다른 시설로 전원됐고, 2명은 원가족 복귀, 2명은 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중이다. 나머지 16명은 여전히 시설에 거주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부모들은 가족이 다시 자녀를 돌보기는 어렵다며 “(사랑의집의) 공공형 시립시설 전환이 장애인을 보호하는 유일한 해결법”이라고 시설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제주도가 시설 거주 장애인에 대한 자립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하지 않고 시설 신축이나 전원 등을 강조해 부모들의 걱정만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족 구성원이 하는 지원에는 장애인을 시설에 장기 또는 단기적으로 배치하는 어떤 형태도 포함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지역사회나 지자체 역시 “장애인이 가족의 지원을 받기로 선택한 경우 가족에게 적절한 지원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장애인은 가족의 지원을 받다가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사랑의집 폐쇄 결정은) 반복된 인권침해에 대한 적법한 절차에 따른 행정처분으로, 유예기간이 끝나면 계획대로 시설 폐쇄가 진행돼야 한다”면서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주거, 활동지원, 의료, 일자리가 실질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촘촘히 준비하고 중앙정부 사업에 대한 정보도 잘 제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사랑의집’ 학대 사실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어, 2025년 11월 27일 오후 1시 30분 이를 바로잡아 수정하였습니다. 앞으로 정확한 사실을 보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