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콜택시 대기시간 예측 어려워…3시간 이상 기다린 경험도 서울·경기·인천 광역이동…즉시콜 도입 촉구 이동권 조례 개정안 의결…“이제는 예산으로 증명해야”
17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별관 앞에 열린 김순석 열사 42주기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활동가들이 장애인콜택시 대기시간 단축과 수도권 광역이동 차별 해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순석 열사 42주기를 맞아 장애인들이 서울시청 별관 앞에 모여 장애인콜택시 대기시간 단축과 수도권 광역이동 차별 해소를 촉구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던 김순석 열사는 1984년 9월 19일 당시 서울시장에게 “거리의 턱을 없애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장애인운동 활동가들은 그의 죽음을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사회가 만든 죽음으로 기억하며, 매년 기일을 맞아 이동권 보장을 요구해 왔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는 17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1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서울특별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의 이행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을 서울시에 촉구했다. 장애인콜택시의 장시간 대기 문제를 해결하고, 서울·경기·인천을 오가는 수도권 광역이동에도 즉시콜 방식을 도입하라는 요구다.
장애인콜택시, 도착시간 예측 어렵고 광역이동도 제한
황윤하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 연구원은 장애인콜택시의 긴 대기시간과 제한된 광역이동이 장애인의 일상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원은 김승섭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올해 6월 발표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장애인콜택시 이용 경험에 관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조사 결과 서울 거주 응답자의 30.2%가 주로 이용하는 공공교통수단으로 장애인콜택시를 꼽았다. 지하철 10.9%, 버스 3.6%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그러나 황 연구원은 장애인콜택시가 1시간 이상 배차되지 않아 이용을 포기하거나, 호출한 뒤 실제 탑승하기까지 3시간 이상 걸린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30%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약속이나 병원 진료 시간에 맞추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20%를 넘었다.
황 연구원은 “문제는 대기시간이 단순히 길다는 데 있지 않다. 대기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며 “불규칙한 대기시간은 단순한 교통 불편을 넘어 일상을 예측하기 어렵게 하고 삶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경계를 넘는 광역이동에도 장벽이 있었다. 조사에서는 시도 경계를 넘는 이동이 어렵거나 운행지역이 제한돼 불편을 겪었다는 응답이 각각 30%를 넘었다. 지난 2022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개정되면서 인접 시도 간 특별교통수단 광역이동 지원이 의무화됐지만, 장애인들이 체감하는 이동의 어려움은 여전했다.
현재 서울에서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경기·인천으로 이동할 경우, 서울과 인접한 지역을 제외한 광역이동은 하루 전에 선착순으로 예약해야 한다.
황 연구원은 “평소에는 장애인콜택시의 대기시간을 예측할 수 없으면서도 광역이동을 위해서는 모든 일정을 사전에 완벽하게 계획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며 “이로 인한 시간 낭비와 지각, 주변에 반복해서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일은 장애인을 비장애인 중심의 시간 질서에서 배제하고 사회적 기회를 박탈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제단에 김순석 열사의 영정과 촛불이 놓여 있고, 그 옆에는 서울시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면담요청서가 세워져 있다. 사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례 만들어졌다면 이제는 예산으로 증명해야”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애인들은 조례 개정안이 통과됐다는 사실만으로 장애인의 이동 현실이 곧바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콜택시를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예산과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유진우 서울장차연 활동가는 “조례가 개정됐다고 해서 당장 장애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례는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근거일 뿐, 우리의 현실은 아직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 활동가는 “조례가 만들어졌다면 이제 예산으로 증명해야 한다. 장애인콜택시를 기다리며 길거리에서 몇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차량과 운전원을 충분히 확보할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조례 개정안에는 당초 장애인콜택시 차량 한 대를 하루 16시간 이상 운행할 수 있도록 운전원을 확보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해당 내용은 빠지고, 2030년까지 장애인콜택시를 법정운행대수의 200% 수준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차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장애인콜택시 대기시간을 줄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운전원이 부족하면 새 차량을 도입하더라도 차고지에 세워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차량을 주차장에 세워두는 것이 아니라 차량 한 대를 하루 16시간 운행해 대기 문제와 광역이동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현행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을 전면 개정하고 시행령에 차량 한 대당 하루 16시간 운행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정된 조례에는 광역이동도 즉시 접수를 기본으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서울시는 올해 안에 수도권 광역이동 즉시콜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