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를 이용하는 발달장애인도 제공하는 의료인도 어려운 현실 의료기관 접근 못해 낮게 잡히는 발달장애인 만성질환 유병률 발달장애인 각각에 맞춰 충분한 의사소통과 지원 있어야
토론회 현장 사진. 김용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좌장을 맡았다. 왼쪽으로는 김승섭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김란영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연구교수, 김신애 발달장애인 가족 당사자, 박연지 한국피플퍼스트 서울집행위원이 앉았다. 오른쪽에는 임형석 우리동네의원 원장, 이현아 광주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작업치료사가 앉아있다. 사진 이재민.
발달장애인은 병원을 왜 가지 못할까? 가서 어떤 문제를 겪을까? 의료전문가들은 무슨 어려움을 마주할까?
지난 29일 국회 앞 이룸센터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주최로 발달장애인의 의료 이용 실태 진단과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인권위와 함께 발달장애인 의료 이용 연구를 수행 중인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승섭 교수팀의 발제와 장애 당사자, 장애인 가족, 활동지원사, 의사 등 다양한 패널의 토론으로 구성됐다.
발달장애인 당사자, 의료접근권 낮아 유병률 관찰 안 돼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김승섭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연령이 낮을 때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발달장애인의 만성질환 유병률이 비장애인보다 높은데 50대 이후에는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이 관찰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20대, 30대에 아팠던 사람이, 1~2명은 그럴 수 있지만, 갑자기 40대, 50대에 건강해지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하며, 이는 “(유병률이) 아픈 기록이 아니라 병원에 가서 치료받은 것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만성질환이 있는지 없는지 나타내는 유병률은 만성질환을 병원에서 진찰이나 치료를 받을 시에만 측정되게 되는데, 나이가 들수록 부모의 노화 등으로 병원에 가기 어려워지는 발달장애인들은 오히려 만성질환 유병률이 낮게 관찰된다는 것이다.
특히 김 교수는 구강질환 유병률에서도 “발달장애청소년과 비장애청소년을 비교했을 때 발달장애 청소년이 치아가 훨씬 더 안 좋을 것이라고 예상됨에도 이미 20세 미만부터 비장애인 인 유병률이 발달장애인보다 더 높게 나타난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역시 비장애인이 발달장애인보다 더 병원에 자주 가 관측되기 쉽기 때문일 것이라고 예측하며 “비장애인 인구 집단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구강 유병률이) 대체로 증가하는데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점점 더 내려간다”라고 전했다.
발달장애인과 의료기관 종사자 모두 “어렵다”
이어 김란영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연구교수의 발제에서는 발달장애인이 병원을 이용하는 데 있어 서비스를 받는 발달장애인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인력 모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김 연구교수는 연구를 위해 발달장애인의 의료이용을 지원하는 가족 5명, 활동지원사 2명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의료기관 종사자 10명, 지원체계 관계자 10명을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보니 의료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공통적으로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려워요’, ‘응급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의료 관련 정보가 복잡하고 어려워요’, ‘정보가 너무 흩어져 있어요’, ‘갈 수 있는 병원이 부족해요’, ‘도와줄 사람이 없어요’, ‘전문가도 잘 몰라요’와 같은 어려움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특히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지원하는 이들의 인터뷰에서는 ‘전문가도 지원이 필요해요’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 연구교수는 연구 결과 가장 중요한 것은 “발달장애인을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이 더 많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더해 단순히 수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발달장애인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발달장애인들을 진료하는 데 더 많은 시간, 인력이 필요한데 그에 마땅한 수가나 지원이 없기 때문에 유인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김 연구교수는 △의료서비스 정보 접근을 위한 하나의 정보 창구,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응급상황 대응 매뉴얼 제작, △장애인 의료기관 이용 편의 지원사업 확대, △의료 이용 연계 위한 지역사회 코디네이터 배치 등을 정책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결국엔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 맞게 가는 것이 정답
발제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당사자 가족들은 입을 맞춘 듯 발달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서비스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의 가족인 김신애 씨는 최근 자녀의 치과 치료를 위해 의료진과 1시간 동안 상의한 상황을 이야기하며 “이런 것들을 해줄 의료진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보건의료 영역에서, 의료기관이라는 공간에서 의료인들에게 바라는 것은 고민을 함께해주는 것”이라며 퇴원 후 환경 등 “디테일한 하나하나들을 노련하게 조정해주고, 설명해주고, 이걸 함께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인 박연지 피플퍼스트 활동가 역시 “발달장애인이 병원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라며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의 의료 체계가 발달장애인의 의사소통과 이해 방식에 맞게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먼저 알게 해달라. 병원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환자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우리가 직접 물어볼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당부했다.